지역회장 릴레이 인터뷰 - 의정부

지적인 외모, 자상한 말투. 살짝 굳어있는 표정.의정부지역 정태윤 회장님의 첫 느낌이었다.

인터뷰라고 낯선 지역의 건축사기자가 찾아오니 회장님도 많이 긴장하신것 같았다. 더군다나 여자건축사니 더 긴장하지 않으셨을까?

 

사실 순회 인터뷰를 다니면서 기자도 처음보는 회장님과 어떤 대화를 해야 하나,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해드릴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긴 하는데, 정태윤 회장님의 표정을 보니 기자만큼이나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다.

하지만 어색한 분위기에서도 진중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배려해주시는 회장님 덕분에 즐겁고 뜻깊은 인터뷰 시간을 갖을수 있었다.

먼저 의정부 협회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드렸다.

"북부지역협회라는 이름으로 포천,양주,의정부,동두천,연천 5개 지역이 묶여있었습니다. 분리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제가 4기 회장입니다"

2017년부터 회장직을 수행하고 계시다는 정태윤 회장님. 회장으로는 8개월밖에 안된 신출내기라고 쑥스럽게 웃으셨지만 부회장을 5년간 역임하셨던 터에 협회의 일에 관해선 작은 것 하나까지도 다 알고 계신 듯 했다.

"회원수는 24명입니다. 회원수가 적은만큼 단합은 잘 되죠"

여자 건축사가 한명도 없어 아쉽다는 말씀을 하시며 회원수는 적지만 적은만큼 단합도 잘되고 추진하는 사업들에 있어서 회원모두 한 몸같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항상 협회일에 적극 참여해주는 회원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단합이 잘된다는 말씀을 듣고 문득 요즘 문제되고 있는 덤핑수주에 대해 여쭤보았다.

"저희 지역은 덤핑수주를 하는 건축사가 없어요. 다행히도 건축주들의 의식도 굉장히 준수한 편입니다. 일한만큼 댓가를 지불하려는 건축주들과 시공업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제대로 된 댓가 받으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적은 회원덕에 단합도 잘되고, 전체적인 설계비 부분도 안정화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또한 건축주들의 건축사를 바라보는 시선조차 허가방을 대하는 수준이 아닌 공간을 만들어주는 디자이너를 대하는 수준이라고 말씀하시니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런 분위기가 형성된 이유가 있었을텐데 의정부 건축사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일이 있을지 궁금했다.

"설계재능기부, 불우이웃돕기, 복지시설 무료설계, 김장봉사등 다채로운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물론 금전적 기부도 함께요. 하지만 금전적 기부보다는 몸으로 직접 부대끼면서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많이 추진하다 보니 지역시민들에게 건축사협회 라는 곳이 봉사하는 단체, 앞장서는 단체로 인식되는것 같습니다"

역시 이유가 있었다. 먼저 다가가고 먼저 베풀고 스스로의 격을 높인 것이었다.

<산학협력, 감사장, 봉사사진 등 의정부 협회의 활동 사진과 상장들>

 

그렇다면 지자체와의 유대관계는 어떨까?

"매년 2번의 간담회를 갖고 있습니다. 1번은 시에서, 1번은 협회에서 주관을 합니다.

시장을 제외한 시청공무원들과 건축사 회원 모두가 모이다 보니 북적북적한. 잔치하는 기분입니다. 시장님과는 협회 임원진들이 연말에 별도의 간담회를 한번 더 합니다.

의정부는 인구 43만의 작은 시 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와 지역사회일원 모두가 선,후배 관계로 많이 엮여 있죠. 그래서 인지 지자체와의 관계도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서로 상호보완하는 관계로 나아가고 있죠"

지역사회와 지자체와도 유연한 관계형성을 하고 있는 의정부 협회. 회원 단합을 위해서는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을지가 궁금했다.

"인원이 적다보니 정식적인 동아리가 없어요. 그게 조금 아쉽지요. 하지만 수시로 탁구, 당구, 골프, 등산 등의 운동을 함께하며 친목을 다지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회원수가 조금 늘어 정식 동아리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시는 회장님은 인터뷰 일주일 전에 족구를 하시다가 다리를 다치셔서 반깁스를 하고 계신 상황이었다. 동아리 만드셔도 몸 생각 하시면서 운동하시라는 기자의 덕담어린 농담에 호탕하게 웃으시며 그러마 약속하셨다

회장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문득 회장님의 건축관이 궁금해졌다. 의정부에 사무소를 설립하시기 전에는 서울에 있는 일명 메이져 사무실들을 다니셨다는 회장님. 지역건축사회에서는 서울 대형 설계사무실에서 하셨던 일과는 건축물의 규모도 디테일도 다른 일을 많이 접하셨을텐데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시며 적응하셨는지를 물었다.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항상 큰 건물만 설계하다 막상 차리고 보니 실질적인 건물. 사람이 살고 거주하는 건물을 설계하게 되었죠. 그러면서 건축관이 조금 바뀌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현실적인 건물. 

환경이 갖고있는 속성을 살려 설계하는 것이 건축 아닌가? 라는 생각이죠.

일상에 맞고 도시와 함께하는 건축. 도시와 어울리며 사람의 삶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건축이라 생각합니다."

 

도시와 어울리며 사람의 삶을 만드는 ‘건축’이라는 말이 가슴에 확 와 닿았다. 각 도시가 갖고있는 색깔과 특성이 있다. 누군가는 허가방에서 찍어낸 건물이라고 하는 사람도 건축적 매력과 묘미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건축물을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의 편의성. 그리고 그 도시와 어울리는 건축.

멋만 잔뜩부린 건축보다는 조금은 촌스럽고 조금은 흔한 얼굴을 갖은 건물 이라도 건축주 자신이 만족하고 편안한 건축이 진정한 건축은 아닐까? 사람의 삶을 만드는 건축이라는 말씀에 깊은 감명을 받으며 마지막으로 선배건축사로써 후배 양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는지여쭤 보았다.

"관내 대학은 신흥대학교, 경민대학교 등 두 곳이 있습니다. 적극적 mou를 맺음으로써 관내 대학 졸업학생의 취업을 유도 하고 있죠. 의정부는 서울과 멀지 않은데도 직원수급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신입은 많지만 경력직이 없죠.

제가 알기론 이건 의정부 뿐 아닌 모든 건축계의 상황인것 같습니다. 직원 유입을 위해 협회차원에서의 복지가 이루어져야 할 때입니다"

인터뷰를 다니다 보면 공통적으로 직원구인에 애로사항이 있다는 말씀을 많이들 하신다. 그래서 협회 차원에서 지역학교와 mou를 맺고 산학협력을 하면서 인력수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것 같다.

"세대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고 환경도 바꼈습니다. 그러면서 생기는 인력수급 문제라 생각합니다. 건축사사무소의 환경도 바뀌고 인건비나 복지도 수준이 향상 되야 합니다. 지방이라는 인식차이를 극복할 매리트를 주어야죠. 그게 인력난을 극복하는 기본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인력난을 겪는다는건. 차후 10년 20년이면 건축사업무를 할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협회뿐 아니라 건축계 전반에 대한 생각도 이야기 해주시는 회장님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진중하게 건축계의 미래를 고민해주시는 선배건축사님이 있어 더 좋은 협회, 더 나은 조직이 될 수 있을꺼라는 확신이 들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길 회장님 사무실 바로 앞 복개천의 물소리와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몇 차례 비가 쏟아진 터라 물이 늘어난 건지 몰라도 도심과 어울리는 복개천의 풍경이 마음을 느긋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환경에서 도시와 맞는 건축을 하고 계시는 정태윤 의정부협회장님의 건강과 건승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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