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흐린 하늘이 왠지 기분을 우울하게 만든 오늘, 안산 교육청 협의를 다녀왔습니다.

일을 마치고 정문을 나서는데. 길게 늘어트린 줄과 몇몇 눈물을 흘리는 분들을 보고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두 방울 내리는 비. 어서 차로 발길을 돌리려 하는 그 순간. 노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416.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안산교육청에 차려진 단원고 기억교실 이였습니다. 이제야 찾은 미안한 마음과 건축사님들께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를 들고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슬프고 아프지만. 그 아이들을 기억하며 저와 함께 둘러보시죠.

입구에 마련된 기억나무입니다. 아이들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눈물이 쏟아져 혼이 났습니다. 저 어리고 엣된 아이들을 누가 하늘로 보낸걸까요? 아무 연관 없는 저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이 장소가 너무도 아픈. 그 아이들의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2학년 4반 교실부터 들어가 보았습니다. 저 교실 위 하얀 종이에 쓰인 글씨가 보이시나요?

‘박정훈 돌아와’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럴수만 있다면. 모든 아이들이 살아 돌아왔음 좋겠습니다.

평일 낮시간인데도 기억교실의 방문자는 꽤나 많은 편이였습니다. 작고 아담한 교실이였지만 책상에 놓인 아이들 사진과 물품들은 그 공간을 끊임없는 슬픔의 수렁으로 만들어 한걸음 한걸음 떼기조차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사진들을 보시면서 마음이 어떠신지요?

저는 찍으면서도,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눈물이 흘러 아무말 할 수가 없습니다.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TV에서 유가족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구조시도라도 해봤으면 억울하지 않을꺼에요” 왜 그 아이들을 구조할 수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미안합니다. 아주 많이 미안합니다.

저 학을 접으면서 형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요? 동생을 돌려달라는 간절한 소망은 아니였을까요?

각 교실의 칠판에는 아이들의 이름이 빼곡이 적혀있습니다. 보고싶은 마음도 미안한 마음도 그리운마음도 그렇게 흔적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스무살 내 딸 예은아. 사랑해. 너무나 미안하고 정말 고마워서 그만큼 더 사랑하고 또 사랑해

2016.10.15. 예은이가 아빠 딸로 와준지 6941일 아빠가>

살아있었다면 스물한살이 되었을 예은이겠지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져 이 책상 앞을 떠나기가 어찌나 힘이 들던지. 예은이도 아빠의 편지를 읽어보았겠죠?

말라버린 꽃을 보며,  어쩜 이 꽃은 아이들을 잊어버린 우리의 마음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만 있는 기억교실은 아닙니다.

2014년 4월 16일. 그 슬픈 날 에는 학생, 선생님 그리고 일반인들의 희생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들 모두 기억해야 합니다.

이렇게 어리고 여린 학생들이 천사가 되었네요. 그곳에서는 행복하길 빌어봅니다.

미수습학생을 이번에 올라온 세월호에서 꼭 찾을 수 있길 바라며, 생존학생도 힘겹고 무서운 기억을 벗어나 행복하게 살 수 있길 기도해 봅니다.

먼저 천사가 된 친구들이 아픈기억 지울수 있게 도와주지 않을까요?

텅빈 책상에 꽃이 아닌, 아이들의 미소가 있었음 좋겠습니다. 이곳을 다녀가신 많은 분들도 그런 마음으로 아련히 바라보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액자속 아이들의 모습이 가슴을 더욱 아리게 합니다.

저는 이 사진을 끝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에 2층을 올라갈 자신이 없었거든요. 참으로 아픈기억이지만 또다른 세월호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모두 기억해야 합니다.

이 글을 어떤 정치색을 띠고 있다 생각하시는 분이 없길 희망합니다. 또한 기억교실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정치인도 없길 희망합니다.

가슴아픈. 우리의 슬픈 기억속의 아이들의 마지막 순간이 무섭고 힘들지 않았기를 소망하며 이만 글을 줄이려 합니다.

벚꽃이 흩날립니다. 꽃이 져도. 이 아이들을 꼭 기억해주셨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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